논문 발표를 위해 HotStorage ‘26 과 SOSP ‘26 출장을 다녀왔다. 두 학회는 체코 프라하 Clarion 호텔에서 같이 개최되었다. 출장 인원은 교수님, 나, 민기, 환석으로, 나는 SOSP에 “GAZE: Rearchitecting Log-Structured Filesystem for Garbage Collection on Zoned Namespace Flash Storage” 발표를,
환석이는 HotStorage에 “Manycore Scalable Logging for Log-Structured Filesystem” 발표를 위해 참석하였다.
일하러 간단 생각에 별 기대가 없었지만, 막상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니 설레였다. 유럽 특유의 그 데오드란트 같은 냄새가 예전 교환학생때 놀러다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얼른 발표가 마무리되기를 바랬다.
도착 다음날, 핫스토리지에 참석했다. 학회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저자의 발표를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옹기종기 서로 얘기 나누고 얼굴 익히기 더 좋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분들도 꽤 계셔서 반가웠다.
환석이는 두번쨰로 발표를 했다. 발표를 보면서 속으로 많이 응원했다. 마치 내가 발표 하는 듯이 약간 긴장감이 들었다. 발음이 좋았다. 영어 연습을 많이 한거 같았다. 중간에 마이크가 동작을 안하고 hdmi 케이블 오류가 있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대처하여 발표를 잘 마무리했다. 끝나고 쉬는 시간에 환석이한테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다른 발표중에는 Jason Xue 교수님 연구실 연구가 인상적이였다. user level page cache 로 기억하는데, 우리 쪽 분야라 이해가 잘되기도 했고, 연구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연구실의 다른 논문들도 궁금해졌다. 후에 밥먹을때 발표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박사 졸업하고 Inria에서 일한다고 했다. 잘 몰랐는데 프랑스의 ETRI같은데라고 한다. 꼭 한국이나 미국 아니여도 다른데 연구 기관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회 쉬는 시간에 다른 사람과 네트워킹을 했다. 우선 노삼혁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혼자 계신 틈을 타서 인사를 드렸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이유는, 내 고등학교 동문 이신 것 같기 때문이다. SOSP 25 뱅큇 때 환영 인사와 함께 고등학교 위치를 잠깐 말씀하셨는데, 내 모교와 같은 곳이였다.
말씀을 드리니 동문이셨고, 심지어 내 본가랑 3분거리에 사셨었다고 한다. 너무나 반가웠다. 그외에 미국 교수 생활, 포닥, 커리어 설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고, 진심으로 조언하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ZNS를 이끄는 Matias와도 얘기를 나눴다. 이번에 ZNS 주제로 SOSP에 발표한다고 하니, 알고 있다고 축하한다고 하셨다. 평소에 궁금한점을 물어봤는데 정말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ZNS가 빅테크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요즘 무슨 일 하는지, 웨스턴 디지털은 어떤지, 미국에서 일할 생각은 없는지 등등 재밌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Matias는 코펜하겐에 사시는데, 내가 거기서 교환학생을 했다고 하니 정말 반가워 하셨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그 외에 삼성 전자 분들, 카이스트, 서울대 대학원생 분들, 중국 대학원생 분들하고도 재밌게 얘기를 나눴다. 서울대 김진수 교수님 연구실에 오신 분은 ZRAID의 저자로, 같은 ZNS 연구를 하는 사람이였다. 이번에 내가 ZNS로 발표를 해서, 되게 궁금해하면서 내 연구에 대해 물어보셨다. 그 연구실이 우리와 비슷한 분야를 연구해서 나도 평소에 궁금한게 많아서 재밌게 대화를 나눴다. 카이스트 다른 연구실 분들은, 실력이 뛰어나심에도 겸손하시고 정말 기술을 좋아하시는 분들 같아서 인상적이였다.
핫스토리지 첫날을 마치고, SOSP 발표 준비에 시간을 많이 썼다.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발표 자료에 피드백을 많이 주셔서 발표 자료 퀄리티가 좋아졌다. 핫스토리지 발표를 들어보니, 교수님께서 왜 나한테 발표 자료를 이러이러하게 수정하라고 지도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교수님께서 글은 최대한 배제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바로 느껴질 수 있게 발표자료를 만들기를 강조하셨었다. 그렇게 지도 받은 덕분에 청중에게 피로하지 않은 직관적인 발표자료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스크립트를 써서 읽었지만, 이번에는 외워서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전에 지인이 내 FAST 25 발표 영상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발표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하셨는데, 그게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방에서 영상을 찍어가며 내 발음과 모습을 보고 연습했다. 발표날 새벽 4시까지 스크립트를 외우고, 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밥먹고 연습했다. 발표 한시간 전 발음과 발성, 이상한 습관, 중간에 끊기는 것 등 심히 거슬리는 점이 많아서 스크립트를 그냥 읽을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외운대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발표장에 가서 스토리지 세션 첫번째 순서로 발표를 시작했다. 학회장이 큰데 사람들이 꽉차있었다. 중간중간에 사람들 얼굴을 보는데 세계 각지 사람들이 경청하며 내 모습을 보고 있어서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발표 중간 즈음에 또 고개를 숙이고 있는것을 자각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스크립트도 없는데 습관이 돼었는지, 밑에 있는 슬라이드를 보고 말하게 된다. 아마 후에 공식 발표 영상이 올라오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일 것이다. 앞으로 더 멋진 발표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겠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홍콩쪽 대학교에 있는 대학원생의 질문으로, page pool의 novelty에 관한 것이였다. 메모리를 미리 할당하는게 이미 다른 분야에서 많이 쓰고 있는 기법 아니냐는 것이다.
질문에 대해 두가지 내용으로 답했다. 첫번째는 1990년대 처음 생겼을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는 로그 구조 파일 시스템들을 조사했고, BSD-LFS를 제외하곤 모두 저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번째는, 우리의 key contribution은 기법 자체의 새로움이 아니라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발견에 있다고 했다. 스토리지 공간 청소 작업이 핵심 동작인 디스크 블록을 읽고 쓰는 입출력보다 그외에 부수적인 커널 동작에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는 발견을 강조했다.
마지막에 메모리를 미리 할당하는건 다른 분야에도 많이 쓰일 수 있다고 동의를 표하고 대답을 마무리했다.
두번째 질문은 유럽 개통의 분이셨던 것 같은데, fsync intensive workload는 실험을 해봤냐는 내용이였다. 발표에는 포함이 안되어있지만, 우리 논문에 있다고 말하고, 결과가 어느정도 나오는지 설명했다.
그렇게 질의응답이 끝나고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발표 끝나고 잠깐 학회장을 나가려 하는데 렘지 교수님께서 저 맨 뒷자리에서 미소 지으시며 보고 계셨다. 잘 들었다고 하시며 악수를 청하셨다. 후에 안드레아 교수님께도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남은 스토리지 세션을 들었는데, 정말 다양한 분야의 스토리지 연구 주제가 있었다. DNA 스토리지, Agenic AI를 위한 파일 시스템 등.. SOSP는 새로운 스토리지에서 시스템 설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레슨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포스터 세션에서는 내 발표를 보신 한국분들, 포르투칼 분들, 프랑스 분들등이 오셔서 얘기를 나눴다. 내 포스터에 사람이 없을떄 다른 포스터들을 다니며 구경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룹의 포스터에 가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인상적이였던 곳은 HKUST Jian Zhang 교수님 그룹이였다. 그 교수님은 Sudarsun 교수님의 제자로 작년에 교수 부임하셨다고 한다. AI를 위한 스토리지 시스템을 하는 곳인데, 앞으로 연구에 있어서 참고할 점이 많은 곳으로 보였다. 그곳 학생은 하루 16시간동안 일할정도로 헌신적이고 열정이 넘쳤다. 찾아보니 논문 실적도 우수했다. 특히 인상적이였던 것은, 그 학생은 논문 publish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것들을 오픈 소스화 시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하고 회사까지 만드는 것 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중국 학생들의 과감함과 도전정신이 돋보였다. 경각심과 함께 나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그날 발표가 마무리 되고, 후배들과 함께 프라하 야경을 보러갔다. 고맙게도 내가 발표 끝나면 축하 겸 시내를 돌아다니려고 계획을 세워놨다고 한다. 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했지만, 돌아다닐 생각에 힘이 났다. 구시가지, 카를교, 프라하 야경을 보고 맥주와 타르타르, 굴라쉬를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기념품 샵도 많이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기념품에 눈이 돌아가있는 환석이하고 민기가 웃겼는데, 어느순간 똑같이 눈이 돌아가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큼 공예품 퀄리티가 좋았다.
이후 남은 기간 동안 관심 있는 세션을 듣고 시간이 남을때 시내를 몇번 돌아다녔다. 후배들과 다 같이 돌아다니니 더 재미있었다. 평소에 연구실에 있을땐 항상 연구나 업무에 에너지를 쏟아 지쳐있거나 여유가 없는 상태에 후배들을 대했는데, 이렇게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맘편히 같이 다니니 새롭고 즐거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건 피아노 바 인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을 마실수 있는 공간이였다. 밴드가 너무 연주를 잘하고, 인테리어도 멋있어서 마치 내가 게츠비가 된 기분이였다. 다음에도 유럽을 온다면 이런 곳을 찾아오고 싶다.
다양한 음식을 먹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것은 부르착과 타르타르, 그리고 아침 시장에서 파는 바질 페스토 토스트였다. 부르착은 9월 말에서 10월 와인을 막 담갔을 때만 먹을수 있는 햇와인이다. 막걸리처럼 대형 패트병에 담고 약간 탁한 색인데, 아무데서나 팔지 않고 길거리 시장 같은 데에서 판다. 달달하면서도 약간 발효가 시작되어 있어서 매력있었다.
타르타르는 빵위에 올리고, 그 위에 마늘을 올려서 먹는다 한다. 이사람들 육회를 먹을 줄 알았다. 한국사람이라면 좋아할 맛이다. 마늘이 한국보다 훨씬 강해서 굉장히 매력있었다.
아침 시장에서는 빵에 바질 페스토를 발라 주는 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고수, 마늘, 버터, 등등 다양한 맛들의 바질 페스토를 빵위에 발라줬다. 한국에서 먹는것보다 더 신선하고 강한 맛이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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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 여과하지 않은 맥주, 꿀케이크, 맥주맛 젤라또, 쌀맛 젤라또 등 한국에서 먹기 힘든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여튼 이번 학회는 재밌어서 시간이 금방 갔다. 앞으로 다른 학회들도 미국 말고 유럽에서 많이 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넓고 고수들은 많은 것 같다.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또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지원해주시고 좋은 연구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같이 연구를 한 환석이와 승원이, 출장 중 이것저것 준비하고 알아봐준 환석, 민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