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선진국` 말보다 실천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정책 노력에 비해 성과는 ‘초라’ SW 개발은 검투사들의 ‘개인전’ 지재권 등 충분한 보상으로 성공 신화 발판부터 만들어야박근혜정부는 10월 초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의 인식 제고, 유지관리비 현실화, 하도급 구조 개편 등 생태계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이 돋보이는 기획이다. 세계 시장의 3%가 안 되는 30조원 남짓한 작은 내수시장, 내수시장의 10% 이내인 보잘 것 없는 수출 규모,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형적인 인력수급구조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의 현주소다. 테헤란 밸리를 탄생시켰던 문민정부의 IT-벤처기업 육성정책, 전자정부를 필두로 한 참여정부의 U-Korea 사업, 단군 이래 최대라는 MB정부의 WBS(World Best Software)사업 등 지난 십수년간 계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여전히 초라하다. 뭐가 문제인가.

먼저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없다. 실리콘밸리에 전 세계의 최고 인력이 집결하고, 끊임없인 기술혁신이 진행되는 원인은 성공에 대한 기대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개인에게의 비전 제시가 아닌, 기업의 경쟁력 제고, 양질의 노동력 확보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고급 인재풀 형성에 실패했다. 스탠퍼드대학 컴퓨터학과는 학생이 몰리는 데 비해 국내 대학 컴퓨터학과는 간신히 미달을 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TV 등 과거의 제조업은 집단의 경쟁력 강화에 정책기조가 조준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본질을 달리한다.

로마시대 검투사 간의 싸움, 남미 축구와 같이 개인전이다. 텀블러(tumblr)의 창업자(Mark Karp)는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6월, 회사를 야후에 매각하고 스물일곱 살에 2000억원대 거부가 되었다. 이것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비전이다. 소프트웨어 전략의 핵심은 창업을 꿈꾸는 열혈청년 개인들에게 자신들이 소프트웨어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최고 직장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4년 전 한 고등학생이 `서울버스` 스마트폰 앱을 제작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적 있다. `서울버스` 앱은 판권이 팔리기는커녕 여기저기서 비슷한 앱이 제작되면서 사장되었다.

해외는 지적재산의 가치를 크게 인정한다. 지난해 5월 SNS 기반 사진 공유사이트인 Instagram을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인수가격 1조원이다. 지적 재산이 엄정히 보호받고, 제값이 지불된다면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음원시장을 보자. 음원 사용료를 부과하면서 음원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기획사, 가수, 저작자로 구성된 생태계가 생겨났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돌 가수들이 전 세계에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각론의 구현이 화룡점정이다. 비전 제시와 공정한 시장 확립이 총론이라면, 혁신전략의 성공 여부는 소프트웨어 특성이 오차없이 반영된 각론의 구현에 있다. 이번에 발표된 혁신전략은 `SW 특성을 반영한 연구개발(R&D) 시스템 마련`을 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지만, 기획, 추진, 관리, 평가 등의 전체 프로세스가 SW의 특성에 적합하게 구현되어 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1300조원 규모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으로의 진출은 우리에게는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다. 이를 위해 첫 단추를 끼운 소프트웨어 혁신전략 발표를 환영하며 앞으로 진정성 있는 추진을 기대해본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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