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 정부의 시장 창출이 관건

박근혜정부는 최근 최양희 서울대 교수를 미래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SW산업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다.작금의 우리 SW산업은 세계시장 대비 3%에 불과한 국내시장 규모, 국내시장 대비 10%인 수출 규모 등 한국전쟁 직후 청계천변 판자촌 수준을 넘지 못한다. 지난 20여 년간 엄청난 예산이 인력 양성과 선도 기술 개발에 투입되었건만 여전히 SW 원천기술로 먹고사는 튼실한 중소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p> 산업 분야의 사활 여부는 정확한 맥을 짚는 정부의 육성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SW산업의 맥은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시장 창출 등 세 가지다. 인력과 기술만 놓고 본다면 우리 SW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지 오래다.

얼마 전 SW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이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제목은 `SW 벤처로 성공하기`였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였다. 창업 초기 그는 슈퍼컴퓨터 기술을 PC에 적용하여 속도를 20배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많은 기업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심혈을 기울여 발표와 시연을 마치지만 결과는 매번 좌절이다. 시연을 요청했던 기업 연구원들에게는 “A사도 하는데 자네들은 뭐하나?”라는 벼락이 떨어지고, 그의 회사에는 해당 기술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니 자문역으로 참여하라는 요청이 온다. 기술을 제값 주고 사려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SW 벤처하지 마라”는 메시지로 강연을 마친다. 2009년 일이다.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버스앱`이 공전의 히트를 했다. 개발자가 고등학생이어서 더욱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곧 유사한 앱들이 쏟아져나왔다. 여기저기서 베낀 앱이 나오는 통에 버스앱은 대박은커녕 단순한 기사거리로 묻혀버렸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건전한 시장 창출에 정조준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추진함에 있어 다음 세 가지 항목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첫째, 정부는 시장 창출을 위한 구매자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SW시장은 구매자는 없고 발주자만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고, SW 기업들은 외주 전문 용역업체화하고 있다. `구매자`로서 정부 역할은 SW시장을 창출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둘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민간과 경쟁하는 일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크고 작은 정부 발주 연구개발 사업들은 중소 SW 기업들에는 생명수다. 그러나 기업이 민자로 개발 중인 기술이 정부 과제의 꼭지로 발주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정부가 세금으로 민간과 개발 경쟁을 하는 구도가 형성된다. 이 순간 발명과 혁신을 구동하는 시장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부 과제의 기획 과정에 간여하려는 로비스트만 존재하게 된다. 셋째,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엄정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SW 중소기업들에 아이디어는 생존의 근간이지만, 법정 다툼은 사치다. SW 지식재산 보호를 통한 약자들 권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시장 형성은 요원하다.

훌륭한 인재들과 기술들이 경합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창출, 이것이 대한민국 SW산업 발전을 위한 최후의 선결 조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SW산업은 판자촌 한가운데 100층짜리 건물 하나가 비죽 솟아 있는 모양이다. SW 중심사회 선진입을 위해서는 판자촌을 빌딩숲으로 바꿔야 한다. SW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지상과제다.

선도 기술 연구개발자로서, 존경받는 교육자로서 지난 30년간 능력을 인정받아온 최양희 장관 내정자가 SW산업 진작을 위한 마지막 매듭을 풀어내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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