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USENIX Conference on File and Storage Technologies (이하 Fast’ 22)는 스토리지 분야에 탑티어 학회이다. 우리 팀 (team Infinite LBA)은 poster session 발표를 위해 Santa Clara, LA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학회에는 전세계 스토리지 잘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소통하는데도 어렵지 않았다. 특히나 poster session은 토론의 장 그 자체였다. 시간 제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은 poster session의 가장 큰 매력이다. 권위자들에게 값진 피드백을 얻기도 하고, 잘 모르는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자신의 연구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집요하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누가 왔던 간에 우리 연구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다.
흥미로운 논문도 많이 있었다.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논문은 “FusionFS: Fusing I/O Operations using CISCOps in Firmware File Systems”였다. FusionFS는 I/O latency를 줄이기 위해 Storage의 CPU를 사용하는 기법을 다룬다. CISC instruction은 여러 개의 I/O를 생성하여, I/O delivery overhead를 증폭시킨다. CISC를 kernel단에서 처리하지 않고 storage로 바로 보내서 storage내에 CPU로 처리하게 하는 것이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StorageFS에 적합한 crash consistency, cpu scheduler도 개발하고, split FS와 crossFS등 최신 아키텍쳐와 비교하여 실험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논문이 굉장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표를 들으면서 새로운 연구를 하려면 파일시스템 뿐만 아니라 더 넓은 계층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능 향상을 위해 커널의 역할을 축소하는 연구가 트렌드라는 것을 느꼈다.
“Separating Data via Block Invalidation Time Inference for Write Amplification Reduction in Log-Structured Storage”라는 논문은 내 관심 분야인 garbage collection과 관련되었기에 주의 깊게 들었다. 사실 이 논문은 대단한 혁신이 있지는 않지만, 실제 산업계 데이터(Alibaba)를 기반으로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실제 산업계 데이터의 lifespan은 어떠한 패턴을 지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연구를 하다 보면 산업계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 Alibaba의 데이터를 얻었다는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실제 Alibaba에 해당 연구를 적용했다고 하니, 더 의미가 있는 논문이었다.
학회에 스토리지 분야의 권위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학계와 산업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논문 실험에 사용하는 filebench가 현실성 없는 워크로드라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회사 기밀 사항 때문에 실제 IT 기업의 워크로드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학계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산업에 사용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였다. 앞으로 연구를 계속 하게 된다면, 산업에 사용가능한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재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3일간의 학회가 끝나고 남은 기간동안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하였다. 샌프란시스코를 가기전, 우리가 머물렀던 산타클라라는 조금은 충격적이였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이라고 해서 기대를 좀 했었다. 그런데 주위에 정말 뭐가 없었다. 미국은 차 없이는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Intel, Google, Dell등 세계적인 대기업도, 도로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었다. 확실히 관광할 곳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도 이런데겠거니 하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유럽과는 또다른, 미국만의 감성이 가득한 곳이다. 밝은 색감으로 칠해진 낮은 건물들은 청명한 하늘과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