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wFSCK: Light-weight Filesystem Check’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ACM SAC ‘25에 참석했다.
학회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에 있는 도시인 카타니아에서 개최되었다. 유럽에 개최되는 학회 참석은 처음이라 기대가 되었다.
두번의 경유를 거쳐 약 23시간 만에 카타니아에 도착했다. 카타니아는 꾸밈없는 날것의 도시였다. 관광화는 거의 안돼 있었다. 사람들은 생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고, 호객행위도 거의 없었다. 특히 여행객, 동양인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현지인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지도 않고 아예 관심이 없는듯 했다. 표지판이나 안내문에도 영어는 찾기 힘들어서 버스 타거나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보니까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주로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이 수학여행 또는 휴양으로 여행오는 것 같다.
학회장에서 만난 혹자는 카타니아가 할렘같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골목의 벽에 낙서가 정말 많고, 외벽이 많이 부서져있다. 그 나름대로 낭만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날이 흐리면 약간은 으슥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메인 광장은 바로크풍으로 멋있었다. 아래 사진은 메인 광장에 카타니아 대학교와 뒷골목 사진이다.
숙소 근처에 벼룩시장같은게 열렸다. 식재료용 달팽이와 골동품이 인상적이였다. 정체불명의 고서는 마치 중세 판타지 소설 속 마법사의 책같았다. 나중에 찾아봤는데, 민사소송법 책이었다.
과일도 많이 팔았는데, 시장 아저씨들이 굉장히 정겨우셨다. 토마토 종류별로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알려주시고 가격도 저렴했다. 특히 오렌지가 정말 맛있었는데, 많이 익었는지 무르면서 정말 달았다. 방울 토마토는 그냥 우리가 아는 맛이다. 우리나라 경동시장, 아님 동묘 느낌이라 친숙했고 사람 사는거 다 비슷한 것 같다.
학회장은 공항 근처 호텔에서 개최되었는데, 기존에 출장한 곳보다는 숙소 규모가 커보이진 않았다. 학회장에는 유럽인과 한국인이 많았다. 특이하게 중국인이 별로 안보였다. 나중에 중국인 교수님이랑 얘기하다 듣게 되었는데 ACM SAC 학회가 중국판 BK21에 등록되지 않아서 안오는거 같다고했다. 그 교수님은 덴마크 공대에 재직중이셨는데, 내가 교환학생을 덴마크 공대로 갔다와서 굉장히 반가웠다.
발표전날 리허설을 준비하다가 프랑스 학생을 만났는데, 그 학생도 스토리지 쪽에 공부하고 있어서 얘기를 나눴다. 최근에 FAST 에 발표를 하게된 걸 얘기 하게 됐는데, 굉장히 놀라워했다. 한국이 아닌 해외 학생의 그런 반응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FAST 같은 학회에 낼 수 있는 연구실이 전 세계적으로 몇 안된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나중에 그 친구와는 각자 발표도 듣고 Linkedin 추가도 하였다.
발표 하기 전까지 계속 연습하고 예상 질문을 몇개 뽑아도 보았다. 이전에 갔던 학회와 달리 단상이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두 분정도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주의깊게 들은 다른 발표는 CRAZNS인데, VT의 노삼혁 교수님의 연구실에 ZNS 연구 동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random write를 지원하는 conventional zone을 사용하여 RAID 시스템을 최적화 한 내용이였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이 없길래, 내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 두가지를 했다.
첫번째는 WD의 ZNS SSD인 ZN540을 실험에 썼는데, 어떻게 얻었냐는 것이었다. WD의 ZNS SSD를 얻으려면 연구의 IP를 모두 줘야하는 조건이 있는데, 이를 동의했는지 물어봤다. 발표자는 기기 사용 조건에 관련해서는 자기는 잘 모르며 교수님께서 아신다고 했다. 기기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루트가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한 거였지만, 발표자는 기기 신청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듯 했다.
두번째는 노삼혁 교수님 연구실의 향후 ZNS 연구 계획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발표자는 mobile에서는 small zone을 쓰는데 이쪽관련으로 최적화 해볼수도 있지만, 본인은 decompression (이였나 deduplication이였나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관련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회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Clemson University의 교수님과 얘기하면서 가게 되었다. 성함이 Mert D. Pese로 30대 초반으로 젊으셔서 처음엔 교수님이신줄 몰랐다. 나보고 한국사람이냐면서, 본인이 미국 박사시절 미시간 대의 신강근 교수님의 제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KAIST도 안다고 했고, 박사시절 연구실의 한국인 학생들이 UNIST, DGIST에 부임이 되어서 짐싸고 바로 한국으로 갔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본인은 유럽에서 자라고 부모님은 독일인과 튀르키예이시지만, 유럽 보단 미국과 한국이 좋다고 하셨다. 시칠리아 버스는 시간표도 잘 안되있고 어디로 가는지도 안나와있고, 사기도 몇번 당했다고 했다. 작년에 제주도에 학회가 있어서 갔었는데, 제주도는 교통과 편의시설이 잘되어있고 사람들도 정직하다 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이탈리아 학생한테 여기는 왜그런지 물어보셨는데, 대답은 그냥 여기 문화라고 한다. 나도 처음에 택시는 너무 비쌀 뿐더러 잡을 수 있는 앱도 없고, 버스는 오는 것 기다리는데 20분 출발하는데 20분이나 걸려서 불편했다. 그리고 인터넷도 많이 느려서, 숙소에서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버스 몇번 타니까 그냥 이곳의 여유에 적응을 했던 것 같다. 한국과 정반대의 여유있는 삶을 체험하고 싶다면 시칠리아를 추천한다.
유럽 학회는 처음이였는데 문화도 많이 다르고 유럽 학생들도 만나서 신선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연구실 다른 분들도 다같이 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출장을 지원해주신 교수님과, 연구에 고생을 해준 동언이, 준택이형, 승원이, 명인이,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울동안 고생해준 연구실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시간날 때 근교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 몇개를 남기며 후기를 마친다. (+ 시칠리아의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는 정말 맛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맛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