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NIX FAST ‘25 에 ‘D2FS: Device-Driven Filesystem Garbage Collection’ 을 발표하기 위해 학회에 참석하였다. 장소는 변함없이 Santa Clara, CA 에서 개최되었다.
인천 공항에서 만나 다같이 밥을 먹고 짬내서 발표 준비를 하였다. 앞으로 발표 전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연습할 생각에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이제 발표만 끝나면 이 프로젝트는 다 끝난다는 후련한 감정도 들었다. 그간 교수님께서 많은 시간을 내어 봐주셔서 발표 자료 퀄리티가 많이 좋아져서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비행기에서 승원이와 같이 앉았다. 우리 옆에는 동물 전용석이였는데, 동물이 다행이 안타서 넓게 갈 수 있었다. 승원이는 발표가 하루 더 일찍해서, 열심히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좀 자다가 일어나서 스크립트를 다듬었다. 좁은 칸에서 둘이 노트북을 켜고, 티라노사우로스처럼 손을 오므리고 타자를 치며, 서로의 발표를 귓속말로 피드백해주었다. 당시에 크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뭔가 지금 생각하면 이 모습이 웃긴 것 같다. 우린 이코노미석에 탔지만, 폼은 거의 비지니스 클래스였다.
잠시 쉴겸 옆에 동물칸으로 옮겨 창문을 바라보니, 서서히 동이 트고 있었다. 우리는 어두운 하늘을 뚫고 가고 있지만, 저 동쪽 미국에는 황금빛 해가 떠오르고 있는 듯 했다. 현재 우리 상황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 밥먹으러 치폴레에 갔다. 이전 FAST ‘22 출장때 치폴레를 가장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었어서, 내가 꼭 가자고 했었다.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까진 없었지만, 여전히 맛있었다. 사진은 먹던거 찍은건 아니고, 비빈거 찍은건데, 보기와 달리 맛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상깊게 먹은 음식은 딤섬이였다. 도착 날 저녁에 먹으러 갔다. 미국에서 딤섬은 한번도 안먹어봤는데, 한국에서 먹은 왠만한 딤섬보다 훨씬 맛있었다. 베이징 덕도 훌륭했다. 본무픽으로 왔는데, 아주 성공적이였다. 본무가 고맙게도 우리 발표 준비할동안 택시/공금/맛집 등을 담당해주었다. 그리고 컵밥 컵라면 각종 통조림도 같이 먹으려고 싸와서 정말 고마웠다.
발표 전까지 계속 연습을 하였고, 발표날이 되었다.
발표 단상 올라가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없이 연습을 해서 떨리진 않았지만, 발표하러 올라가는 순간 심장이 두근대었다. 발표를 하는데, 앞에 계신 PC 분께서 슬라이드 넘길때 마다 끄덕이시는게 보였다. 다행히 발표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교수님께서 발표자료를 많이 봐주셔서, 확실히 보는사람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청소부 그림 보고 앞에분이 웃으시는게 언뜻 보여서 나도 좀 웃겼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발표를 계속 했다. 발표를 마무리하고, 감사하게도 질문을 많이 받았다. 완벽하게 들리지 않지만, 내 나름대로 대답을 하였다. 발표가 끝나고 세션 체어가 나한테 잘했다고 웃으며 엄지를 드셔서 기분이 좋았다. 발표 끝나고 다시 자리로 착석하는데, 내 옆에 분이 내 논문 재밌게 읽었다고 하셨다. 그분은 오랫동안 스토리지 업계와 FAST에 활동해오신 영향력 있으신 분이신데, 아마 내 논문을 리뷰하셨나보다. 신기하고도 감사했다.승원이하고 지은누나 발표도 들었는데, 둘다 정말 잘 발표했다. 승원이는 질의 응답도 아주 잘하고, 지은누나는 영어 발음이 정말 좋으셨다. 나도 분발해야겠다.
승원이하고 지은누나가 발표하는동안 앉아계신 교수님의 모습도 보였다. 교수님은 발표연단에 서진 않으셨지만, 마치 발표를 같이 하시는 것처럼 진심으로 신경쓰고 응원하시는 것 같았다.
내 발표가 끝나고 녹초가 되어, 다른 발표는 잘안들어왔다. 그래서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량 얘기했다.
같이 연구를 진행했던 신동군 교수님과, brian 교수님과도 얘기를 나누었다. 리눅스에 지대한 contribute를 하는 헬위그와, ZNS를 이끄는 마티아스랑 얘기하고 사진도 찍었다. 다른 학교 대학원생과도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남는 시간에는 구글 견학도 가고, 금문교도 가고, 선배님들을 만나 미국 생활과 산업계 쪽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선배들로부터 새로운 정보도 얻고 동기부여도 얻었던 것 같다. 미국에 선배들이 계셔서 든든했다.
특히 준택이형이 우리를 정말 케어를 많이 해줬다. 준택이형은 미국사람이 다되었다. 영어로 네비게이션한테 명령도 하고, 운전도 잘하신다. 준택이형이 우리 픽업을 계속 해줘서 정말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미국에 간다면, 준택이형처럼 후배들한테 잘해줘야겠다.
미국에서 일정은 정신없이 빨리 지나갔지만 농도깊은 시간이였다. 학회에 또 참석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연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