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선거전략, 체중 조절을 위한 피트니스 전략, 심지어는 대학입시 지원 전략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이해는 승부의 관건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특이점’이 세계적으로 화두다. 특이점이란 어떤 성질의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가 무한대가 돼 해당 성질이 기존의 규칙으로는 측정, 제어가 안 되고 정의조차 안 되는 지점을 일컫는다. 특이점에서는 모든 기준이 붕괴된다. 동서남북 좌표는 위치를 표현하는 기준이다. 나침반을 갖고 북극점을 향해 조금씩 가까이 가보자. 북극점에 도달하는 순간 동서남북의 좌표계는 붕괴된다. 북극점은 일종의 특이점이다. 나눗셈을 해보자. 1을 어떤 숫자로 나누려 한다. 나누는 수, 즉 분모가 0에 근접할수록 나눗셈 결과값은 커진다. 만약 1을 0으로 나눈 결과값은 얼마일까. 음수일까 양수일까. 정의가 안 된다. 분모값으로서의 0은 나눗셈에 있어 특이점이다. 구글의 수석전략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웰은 그의 책 ‘특이점의 도래’(Singularity is Near)에서 기술 특이점이 2040년에 도래할 것이라 했다. 기술 특이점이란 컴퓨터, 반도체, 인공지능(AI), 유전학 등의 발달로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을 지닌 AI가 등장하고, 인간과 AI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이다. 그는 기술 특이점이 도래하면 AI가 스스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통제 불가능한 무한기술발전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특이점의 도래가 예견되고 있다. 인간의 행위와 무관하게 기기들이 상호 교신하며 정보를 생산하고 수집하고 분석하는 상태다. 데이터의 생산과 분석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극데이터(extreme data)로 표현되는 데이터의 폭증, 폭발 시점 이후의 시대다.

정보 패러다임을 기준으로 인류 역사는 2000년 이전, 2000년에서 2010년, 그리고 2010년 이후로 나누어진다. 2000년 이전은 스몰데이터의 시대다. 고대부터 1990년대까지 정보생산의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의 정보 생산 행위는 시간(근무시간), 공간(사무실)에 의해 제약받았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빅데이터 시대가 시작됐다. 사회관계망의 등장으로 데이터 통신 패러다임이 단대단(point to point) 에서 다대다(multi to multi)로 전환됐다. 무선 통신과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시공의 제약 없이 정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다대다 통신으로 모든 데이터가 모든 이에게 전달된다. IBM 마케팅 클라우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 축적된 데이터 중 90%는 2015년 이후에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AI 시대가 시작된다. 데이터의 축적, 기계 학습 알고리즘 효율화, 그리고 고성능 컴퓨터의 등장 이렇게 세 가지 축이 시너지를 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추론과 예측을 하기 시작했고, 그 정확도가 인간을 넘어섰다.

또 한 번 패러다임 변혁이 예측되고 있다. 데이터 특이점의 발생이다. AI가 탑재된 기기들이 정보 생성, 분석의 주체가 된다. 정보생산 주체가 인간에서 기기로 변경된다. 스마트 의류의 도입으로 옷, 신발, 시계 등 모든 기기에서 데이터가 생성된다. 자율주행차가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센서로 부터 데이터를 수집한다. 지난 6월 발간된 시장조사업체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의 갯수가 416억개에 이르고 이들 기기들은 79.4제타바이트(ZB: 10의 21제곱바이트)의 정보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 특이점 시대에서의 인간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다행스럽게도 해답은 다소 희망적이다. 여전히 인간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센서들 설치와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일련의 물리적 행위에 대한 결정, 그리고 이의 작동방식 정의는 여전히 인간 몫이다. ‘방식’을 제대로 정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생성, 저장, 분석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데이터 특이점 시대에서 데이터에 대한 무지는 곧 사회에서 ‘잉여’로의 전락을 의미한다. 데이터 특이점 시대에서 데이터에 대한 이해, 이제는 승부의 관건이 아니라 생존의 관건이다.

 

원유집 카이스트 교수 컴퓨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