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실리콘밸리에 있는 소도시 팰로앨토에 출장을 다녀왔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무심코 국제면허증을 펼쳐봤는데 만료된 지 3일이 지났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스마트폰에 우버와 리프트 앱을 설치하고 신용카드정보를 입력했다. 총 소요시간 5분. 그리고 사용이다. 이번 출장은 현지교통수단으로 렌터카 대신 우버 택시를 이용했다. 본의 아니게 이용하게 된 카셰어링 서비스인데 결론은 대만족이다. 가격, 편리성 등 모든 부문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새로운 운송수단을 경험한 것이 이번 출장의 가장 큰 수확이다.

4차산업의 아이콘, 공유경제의 심벌인 우버가 지난달 26일 시가총액 915억달러의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로 약 100조원이다. 2014년 중국의 인터넷 유통업체 알리바바닷컴이 250억달러로 상장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상장 기록을 세운 바 있다. 5년 만에 우버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버는 운전자와 손님을 연결해주는 간단한 앱이다. 탑승객이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버튼을 누른다. 승객 주변에 위치한 우버 운전자의 스마트폰에 운송요청이 뜬다. 운전자는 요청을 수락한다. 운전자와 승객이 매칭되면 운전자는 앱에 표시된 승객 위치로 이동한다. 승객이 탑승한다. 이미 목적지를 입력해 놓았기에 특별히 대화가 필요 없다. 운전자는 입력된 목적지로 이동할 뿐이다. 요금은 승객이 하차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계산된다.

승객과 운전자를 매칭해주는 간단한 앱에는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녹아있다. 승객이 운송요청을 했을 때, 다수의 우버 운전자들이 요청 동시에 ‘수락’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반드시 한 명의 운전자만 ‘수락’에 성공해야 한다. 배타적 접근 보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배타적 접근 보장은 알고리즘 난제 중의 하나다. 운전자의 평점과 특성, 승객의 패턴 등을 모두 데이터베이스(DB)에 기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우수기사, 우수고객에게 쿠폰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첨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버는 최근 ‘합승’서비스를 시작했다. 깜짝 놀랐다. 고난도의 알고리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버를 부를 때 ‘개인’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합승’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합승’서비스를 이용하면 요금이 15% 정도 더 저렴하다. 운전자는 목적지가 비슷한 근처의 손님을 태울 수 있다. 합승을 하면 운전자와 우버사는 2명에게 요금을 받으니 이익이다. 합승손님을 태울 때, 어느 정도까지 돌아가야 되는가, 어떤 길로 돌아가야 가장 빠른가, 다수의 목적지 중 어디를 먼저 가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것이 저 유명한 ‘영업사원의 이동’이라는 문제이다.

다수의 도시를 다녀야 하는 영업사원이 어떤 순서로 거래처를 방문해야 총 이동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원거리까지 돌아가서 합승손님을 태우거나, 나중에 탑승한 손님의 목적지를 먼저 방문하면, 기존 탑승객이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 또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 등으로 정전이 발생해도 전 세계의 우버 서비스는 끊김없이 지속돼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가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한 택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우버에는 고도로 정교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녹아있다. 승객과 운전자를 매칭하는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 우버의 화려한 창업 신화가 가능했을까. 소프트웨어 기술력 없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한 많은 회사는 대부분 바람처럼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우버 서비스의 근간에는 배타적 접근 보장, 가용성 보장, 최단거리 검색,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등 각종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모두 융해돼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겸비됐기에 우버는 21세기 운송수단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실리콘밸리 월세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실리콘밸리의 집값. 이제 우버의 상장으로 더욱 오르게 생겼단다. 수많은 백만장자가 쏟아져 나올 테니 말이다.

원유집 카이스트 교수 컴퓨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