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출신 대통령에 거는 기대
IT 강국을 내건 대한민국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IT 기술강국이라 하기에는 여러모로 함량 미달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첫째, 정책 입안자와 집행자 중 이공계 출신 부재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원자바오 등 13억 인민을 대표하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 관료들은 모두 과학기술자 출신이다. 최근 중국 권력 정점에 오른 시진핑은 칭화대에서 전자공학을, 전임자 후진타오는 같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중국 최고지도자 9명 중 8명이 과학자 혹은 공학자다. 이것이 21세기 슈퍼파워 중국을 움직이는 권력 정점 구성원들 본질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제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의학을 제외한 이공계 출신 의원은 21명이다. 10명 중 한 명꼴이 안 된다. 이 중 이공계 실무 경력을 가진 의원은 극소수다.
둘째, 기술에 대한 언론 관심의 부재다. 언론 지면 구성은 사회 구성원들 관심사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세계 유수 일간지 인터넷판 구성을 살펴보자. 뉴욕타임스는 세계뉴스, 미국뉴스, 정치, 기업ㆍ경영, 기술, 스포츠, 과학 등으로 구성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이코노미스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최상위에 과학ㆍ기술 섹션을 할당해 관련 뉴스를 깊이 있게 전한다. 대한민국 대표 언론 사이트는 뉴스, 경제, 스포츠, 연예 등으로 분류돼 있다. 경제 섹션으로 들어가면 부동산, 증권 등과 함께 `IT` 메뉴가 등장한다. 기사 면면들도 대부분 기술 개발보다는 스마트폰 매출 등 IT 뉴스들이 주를 이룬다.
셋째,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들의 기술에 대한 무관심이다. 고교생 중 이공계 진학 희망자가 인문 계열 진학 희망자의 절반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공계 분야 수험생들조차도 과학자나 엔지니어보다는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의약학 분야를 훨씬 선호한다.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간 과학기술이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견인해왔다. 덕분에 반도체와 철강에서부터 최근 스마트폰까지 전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현재 국정 운영 중심부에는 과학자나 공학자가 거의 없고, 주류 언론들도 과학기술 뉴스보다는 스포츠 스타 사생활에 더 관심이 높다. 청소년들이 이공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본질에 대한 사색이 겸비되지 않은, 도구로서 과학기술 발전이 목표 달성과 동시에 효용성 한계에 이르렀고, 존재감을 잃게 된 것이다. 이것이 IT강국 대한민국의 단면이며 정량적으로는 세계 1위지만 정성적으로는 아직 일류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건국 이래 첫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 배출됐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미래 창조`가 국정기조의 핵심이다. 이에 몇 가지 바람이 있다.
첫째, 상업용 기술 개발보다 IT를 비롯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개발은 국가적 필요와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사회적 저변이 확보되지 않은, 경제 발전 수단으로서 과학기술 개발은 이제 효용성이 한계에 달했다. 목표 달성식 화려한 정책은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연구개발 주체들이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 분위기 구축이다.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당해내지 못한다 했다(논어 옹야편). 아이디어는 충분한 사색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즐겁게 일하면 사회적 관심도도 증대된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아닌가. 전자공학을 전공한 당선인은 이 모든 것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리라 믿으며, 향후 5년간 선정(善政)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