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USENIX Annual Technical Conference(이하 ATC ’22)는 컴퓨터 시스템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는 저명한 국제 학술 대회다. 매년 수 십 편의 논문들이 20% 미만의 accept ratio를 뚫고 선정되어 발표된다. 올해 ATC ‘22에서는 주원이의 논문 (“IPLFS: Log-Structured Filesystem without Garbage Collection”)이 accept되었다. 주원이의 발표를 돕고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자 연구실의 지원을 받아 ATC ‘22에 참석했다.
첫째 날, 비행기를 타고 LA 공항에 도착했다. 렌트카 대여 센터에 도착하니 줄이 매우 길다. 거의 두 시간을 서서 대기했던 것 같다. 기다림 끝에 렌트카를 받아 출발했다. 학회장은 칼즈배드에 있다. LA 공항에서 칼즈배드까지는 차로 약 두 시간 거리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가는 길에 in-and-out 버거에서 점심을 먹고 뷰 포인트에서 사진도 찍었다.
학회장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금새 저녁 시간이다. 칼즈배드는 타코가 맛있는 모양이다. 학회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타코 식당에 갔다. 새우가 들어간 해물 타코가 맛있는 모양이다만 갑각류 알러지 때문에 먹지 못했다. 대신 스테이크 타코를 먹었다. 새우 타코 맛은 모르겠지만 스테이크 타코도 뒤지지 않으리라 믿을 수 있을만큼 맛있었다. 타코를 다 먹고 마트에서 물 등을 산 후 숙소에 돌아왔다.
둘째 날, 학회 첫 날이다. 아침 일찍 학회장에 가서 명찰을 받고 아침 식사를 했다. 이번 ATC ‘22는 OSDI ’22 (16th USENIX Symposium on Operating Systems Design and Implementation)와 공동 개최되었다. 키노트는 같이 진행한다고 한다. 첫번째 키노트는 David Tennenhouse의 talk다. 네트워킹과 관련된 talk다. 컴퓨터 시스템의 발전사를 먼저 훑어주고, 현재 컴퓨터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해줬다. 영어가 짧아 정확하게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컴퓨터 시스템이 클라우드 시스템의 형태, 즉, 다수의 edge들이 클라우드 서버에 의해 연결되는 형태가 되었고, 클라우드 서버의 부담(병목)을 줄이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near the edge 컴퓨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키노트가 끝나고 ATC ‘22의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오프닝에서는 best paper를 발표한다. 올해 ATC’ 22의 best paper는 “Co-opting Linux Processes for High-Performance Network Simulation”와 “Riker: Always-Correct and Fast Incremental Builds from Simple Specifications”다. 둘 다 읽어봐야겠다.
오프닝이 끝나고 테크니컬 세션이 시작했다. 첫째날의 테크니컬 세션은 스토리지 세션, 분산 시스템 세션, 운영체제 세션 등이다. 첫째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논문은 가장 첫번째로 발표되었던 논문인 “ZNSwap: un-Block your Swap”이다. 테크니온에서 발표된 논문이다. zoned namespace SSD를 이용해서 스와핑을 최적화한 논문이다. 스왑 파티션을 위한 zone을 분리하여 스와핑으로 인한 SSD의 가비지 컬렉션을 고립시켰다고 한다. 최신 스토리지라고 할 수 있는 zoned namespace SSD를 잘 활용한 논문이라고 생각되어 재밌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주원이의 발표 준비가 걱정되어 방에 들렀다. 주원이가 발표 연습을 하고 있다. 주원이가 발표 자료 중 지저분한 그림 몇 개를 수정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여 수정했다. 발표자료를 받아 수정하면서 스크립트도 확인해봤다. 동시에 주원이가 연습하는 내용도 들어봤다. 내가 받은 발표자료에 저장된 스크립트 내용과 조금 다르다. 알고보니 본인이 연습하다가 수정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발표 시간까지 얼만 남지 않았고 연습의 흐름을 끊을 수 있을 것 같아 수정해달라는 내용만 수정했다.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왔다. 주원이가 발표 연습을 하고 있다.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스크립트에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미 스크립트를 점검했지만, 지금 수정된 버전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발표자료를 달라고 한 후, 스크립트를 다시 점검했다. 잘못된 내용이나 어색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스크립트를 점검하고 연습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잘못 수정하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둘째 날, 발표 당일이다. 오늘의 키노트는 Eric Brewer의 talk다. 오픈소스와 보안과 관련된 talk였는데, 익숙한 내용이 아니라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키노트를 듣고 방에 돌아갔다. 옆에서 자리를 지키면서 도와줄 것이 있으면 즉시 도와주거나, 발표 시간에 늦는 실수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내가 오지 않았어도 되었을 만큼 혼자 잘하고 있었다. 발표 시간이 되었다. 주원이가 첫번째 순서다. 발표가 시작되었다. 연습하면서 목을 많이 쓰길래 걱정이 되었는데, 너무 잘한다. 질문자가 꽤 된다. 청중에게 내용 전달이 잘 되었나보다.
발표가 끝나고 포스터 세션이 시작되었다. 세션을 진행했던 방의 문 앞에 포스터를 설치했다. 음식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이기도 했다. 손님(?)이 오면 주원이가 먼저 질문을 받게 하고 주원이가 받지 못하는 분들을 내가 받았다. 정신없이 손님들을 받다보니 어느새 8시다. 포스터 세션이 끝났다. 포스터 세션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수고했다고 하면서 오셨다. 잠깐 야외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다가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갔다가 잠깐 바에 들렀다. 때마침 Moloco라는 스타트업에서 한국인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맥주를 마시러 오고 있었다. 이들과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세번째 날, 학회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한국은 아직 귀국하려면 PCR 음성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음성이 나왔다. 학회장에 돌아왔다. 오늘 키노트는 Margaret Martonosi의 talk다. 코로나 검사를 받고 중간부터 들어서인지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나중에 비디오가 공개되면 다시 들어봐야겠다.
학회를 참석하고 남는 시간에 San Diego에 있는 Sea World를 방문했다. 한국에서도 아쿠아리움을 방문해본 적 없다. 신입생 때 한국에서도 못 타본 유람선을 탔었는데 미국에서 해보는 두번째 첫 경험이었다. 각종 쇼를 보다가 중간에 군것질로 칠면조 다리를 먹었다. 크기가 상당했다.
넷째 날, 학회 종료 후 귀국하는 날이다. 귀국 비행기는 오후 23시다. 시간이 꽤 있다. 교수님과 주원이와 비행기 시간까지 LA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매우 크다고 한다. 전부 구경하는데 반나절은 걸린다고 한다.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다. 대신에 간 곳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였다. 바닥에 수많은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이름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산타 모니카 해변이었다. 산타 모니카 해변에는 유원지 같은 곳이 있었는데, 낯익다. 게임에서 많이 봤다. 알고보니 GTA5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는 것 같다. 유원지를 구경하고 해변가에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교수님께서 30분 뒤에 올테니 놀고 있으라고 하신다. 처음에는 떨떠름했다. 수영복을 가져온 것도 아니고 슬리퍼를 신고 온 것도 아니다. 30분 동안 구경을 해야하나 하다가, 눈 딱 감고 양말과 신발을 벗고 바닷가에 갔다. 몹시 시원하다. 발 담그길 잘했다. 주원이는 반바지라 그런지 매우 대담하다. 파도가 매섭게 치는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결국 30분동안 매우 재밌게 놀고 교수님과 공항으로 와 안전하게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