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이제 그만 악수할 때

최근 발표된 삼성ㆍ애플 간 특허소송 뉴스가 무더운 여름철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삼성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비토권을 행사했다. 현재 판매 중인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관련 제품을 수거해야 할 상황을 행정부가 개입하여 막은 것이다. 행정부가 ITC 결정을 비토한 것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비토권을 행사한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애플과 삼성이 지난 15년간 미국 정부 로비에 쓴 총비용은 각각 1650만달러, 370만달러다. 결국 ITC 제소건은 애초부터 무척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었던 셈이다.

애플ㆍ삼성 특허전쟁은 사실 구글 안드로이드 출시에 뿌리가 있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10개월 후인 2007년 11월 구글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를 접한 스티브 잡스는 구글 행위에 격노한다. 에릭 슈밋(전 구글 CEO)이 애플 사외이사로 각종 경영 결정의 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구글 안드로이드 출시를 자사 기술에 대한 `도둑질(grand theft)`로 정의하고 전면전을 선언한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를 향한 핵전쟁을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현금 400억달러를 한 푼도 남김없이 쓸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애플은 2010년 3월에 대만 HTC를, 2011년 봄에 삼성전자를 고소하면서 구글을 정조준한 대(對) 안드로이드 전쟁을 개시한다. HTC와 벌인 다툼은 로열티 지불과 합의를 통해 비교적 쉽게 끝났다. 그러나 삼성은 한 치 양보도 없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현재 삼성과 애플은 전 세계에서 50여 개 소송을 진행 중이고, 총 규모는 수조 원을 넘긴 지 오래다. 애초 애플 측 목표는 구글이었는데, 어느새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선수가 되었다.

특허전이 시작된 지 2년. IT 분야 두 거인은 특허 침해 여부를 가리는 데 천문학적 비용을 소모하고 있고, 전쟁의 불길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양사 모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 보유액에서 발생하는 이자만으로도 소송을 끝없이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소송 결과도 모두 제각각이다. 미국에서는 애플에 유리한 결과가, 영국과 일본 등에서는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시장은 이와 전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애플 시장점유율은 17%에서 13%로 오히려 낮아졌고, 안드로이드폰 시장점유율은 작년 동기 대비 69%에서 79%로 증가했다. 이 중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95%가 삼성 제품이다. 특허의 근본 취지는 지식재산 보호를 통해 `경쟁`과 `혁신`을 진작하자는 것인데, 지금 진행되는 소송들은 이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기술이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이폰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진영은 스마트폰 시장 포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대한 비전 부재로 관련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애플ㆍ삼성 간 전쟁에 단초를 제공한 구글은 크롬 TV와 구글 글라스 등 미래를 열어갈 신기술을 터뜨리며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다. 이젠 소모적인 특허전보다 기술 혁신과 창조에 더 정진해야 할 때다. 소모적인 특허전으로는 기술력을 앞세운 일류 기업의 시장 확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기술 혁신과 창조는 기업의 핵심 동력인 동시에 초일류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할 사회적 의무다. 삼성과 애플 모두 그간 소송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서 기술력과 자본력 등 현란한 기예를 유감없이 세상에 보여줬다. 이제는 한발 뒤로 물러서 열기를 좀 식히자. 서로 악수하고 박수 치고, 상처를 치유할 때다.

[원유집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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