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주최된 NVRAMOUS 2024 학회에 참석하였다. 스토리지 전문가 교수님들의 연구 연륜과 노하우가 물씬 느껴지는 강연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 제주도 산지의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들, 풍요로운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항상 즐겁다. 학회의 프로그램에서 유익한 지식을 얻는 것도 물론 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나보다 수십년을 더 연구에 매진하신 교수님들의 연구에 대한 자세,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학회 참석은 가슴뛰고 설레는 일이다. 내가 매진하고 있는 스토리지 분야와 관련되지 않는 연구들이라 하더라도, 훌륭한 연구들에는 항상 배울 점들이 많다. 하지만 운좋게도 이번 NVRAMOUS 학회는 내가 관심 있고 연구하고 있는 스토리지 분야의 관련 연설들이 많아 더욱 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연세대학교의 정진규 교수님의 강연이 인상적이었다. OSDI 2024에 발표된, Identifying Performance Bottlenecks of (Storage) Application with Blocked Samples 논문에 대해 초기 아이디어, 논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 논문 투고 후 리젝 되었던 경험에 대해 자세히, 재밌게 설명해주셨다. 논문의 아이디어는 CoZ라는 CPU 기반 동작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의 병목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프로파일링 해주는 기존의 연구를 스토리지의 I/O 이벤트를 포함시켜, 병목을 찾아내겠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CoZ는 15년도에 발표된 논문으로, 어플리케이션들의 on-CPU 이벤트들 중, 병목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해당 병목을 해결하면 성능이 얼마나 좋아지는지에 대해 분석해주는 프로파일링 툴이다. 강연에서 발표된 논문은 BCOZ라는 새로운 툴을 제시하는데, 락을 대기하거나 입출력 요청을 대기하는 off-CPU 이벤트를 추가하여 성능 병목 및 성능 향상 가능성에 대해 분석할 수 있다. 나는 이 강연이 재미있었던 이유가, 아이디어도 물론 좋지만, 논문의 novelty를 증명하기 위헤 리뷰어와 독자들을 설득하는 방식과 과정이 논리적이고 배울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연을 듣는 중에 BCoZ는 단순히 CoZ라는 원래 존재하던 툴에 블록 레이어 관련 이벤트 트레이싱 기능만 추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논문은 BCoZ를 이용해 최신 어플리케이션 환경에서 성능 병목을 찾을 수 있고, BCoZ의 프로파일링으로 해당 이벤트의 병목을 해결해 실제로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논문을 쓰다 보면 내가 생각한 기법이나 논문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현대에 필요한 연구인지, 내 연구가 햔대 스토리지나 운영체제에 어떤 의의가 있는지 밝혀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코딩으로 구현하는 것 보다 훨씬 까다롭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강연을 듣고 연구의 novelty를 증명해내는 과정을 듣는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학회의 또 다른 즐거움은 함께 참석한 동료들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주원, 김도현 연구원과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을 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을 보는 것이었다. 제주도는 바다와 산이 서로 인접해 있어 정말 아름답다. 가을에 제주도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코스모스와 유채꽃이 잔뜩 펴있어 마음이 설렜다. 특히, 아름다운 경관을 동료들과 본다는 것이 좋았다. 추억이라는 것은 함께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간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뿔뿔히 흩어지겠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서 제주도와 서로를 추억하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소중한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보낸 것도 좋았고, 다음에는 더 많은 연구실 동료들과 참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