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2025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산타클라라를 방문했다. 따뜻한 봄 날씨 덕분에 학회장으로 향하는 길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번 학회에서는 직접 논문을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다.

논문 발표: OPIMQ – Order-preserving I/O stack for multiple block device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OPIMQ로, 다중 블록 장치 환경에서 I/O 순서를 보장하는 효율적인 스택을 설계한 연구였다. 기존 시스템들이 해결하지 못했거나, 해결하더라도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처리했던 멀티 큐 사이의 쓰기 순서를 효과적으로 보장한 것이 OPIMQ의 설계 특징이다.

발표 준비를 하면서 긴장도 됐지만, 발표 후 여러 연구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연구실 동료들과 교수님께서 발표 준비를 많이 도와주셨고, 발표 직전까지 긴장하지 않도록 격려해 주셔서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연구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들 중, 특히 두 가지 논문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GPHash: An Efficient Hash Index for GPU with Byte-Granularity Persistent Memory로, GPU와 Persistent Memory(PM)를 결합한 고성능 해시 인덱스를 제안한 연구였다. 기존 CPU 기반 해시 테이블은 GPU-PM 환경에서 성능을 제대로 내기 어려웠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warp-cooperative execution과 lock-free index operations 같은 기법을 적용했다. 실험 결과, 기존 CPU 기반 해시 테이블 대비 최대 27배 성능 향상을 보였다. 대형 ML 워크로드에서 GPU-기반 데이터 처리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매우 유용한 연구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GeminiFS: A Companion File System for GPUs로, NVMe를 GPU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GPU 전용 파일 시스템이다. 기존 GPU 스토리지 솔루션들은 CPU를 거쳐야 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성능 저하가 있었는데, GeminiFS는 CPU 개입 없이 NVMe SSD를 GPU가 직접 다룰 수 있도록 설계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대규모 ML 모델 훈련이나 AI 연구에서 GPU와 스토리지 간의 병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 포스터 발표

이번 학회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은 포스터 발표였다. 발표장에서 연구자들과 직접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그중에서도 스트림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파일 시스템 연구자와 논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연구자가 트랜잭션 단위로 스트림을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했지만, 트랜잭션 단위로 나누면 스트림 개수가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 연구자는 In-place update에서 순서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에포크 ID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새로운 방식이긴 했지만, 에포크 관리 오버헤드와 충돌 가능성이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좋은 논의가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시각에서 연구를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의미 있었다.

학회에서의 개인적인 경험

본무, 주원이와 함께 현지 딤섬을 먹으러 갔는데, 정말 맛있었다. 촉촉한 샤오롱바오부터 쫀득한 하가우까지, 음식도 훌륭했고 학회 이야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승원이는 첫날 발표 준비로 인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마지막 날에는 졸업한 선배님이 근무하는 구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진로 설정과 연구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구글 캠퍼스에는 곳곳에 G-bike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구글 로고 색깔로 디자인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금문교도 방문했는데,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날씨가 좋아 전망이 훌륭했고, 여유롭게 산타클라라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무리하며

이번 FAST 2025 학회는 연구 발표뿐만 아니라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다양한 연구자들과 논의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여러 시각에서 내 연구를 다시 고민해 볼 기회가 되었고,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설정해야겠다고 느꼈다.